코딩 교육 봉사
코딩 교육 봉사
여타 날들과 다를 바 없이 한가로이 지내던 나에게 “코딩 교육 봉사” 라는 홍보가 눈에 띄었다.
흠..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코딩 교육 봉사? 쉽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교 교육 봉사인데.. 할 것도 별로 없을테고 한 번 해볼까? 라는 생각에 무작정 신청했다.
알고보니 시립서울청소년센터(시서청) 라는 곳에서 건대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였는데 초급반/중급반 으로 나누어 진행하게 되었고 몇 주간 어떤 내용을 토대로 아이들을 가르칠지 회의하고 정해진 날짜인 2022년 10월 29일, 30일 / 11월 5일, 11월 6일, 총 4번에 걸쳐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어떤 내용을 가르칠지 고민을 해보았는데 대부분 코딩을 해본 적이 없거나 조금 해본 수준이라고 해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어떤 내용을 알려줘야 아이들이 흥미도 생길까?
개념만 가르쳐주면 재미가 떨어질거라 생각해서 개념 -> 실습 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이 프로그램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이전부터 진행되어오던 프로그램이였는데, 이전부터 네이버의 ‘엔트리’ 를 활용했다고 한다.
엔트리는 스크래치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코딩하는게 눈에 바로바로 보이다보니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적합해보였다.
엔트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쪽을 참고하기 바란다.
아무튼 우여곡절 속에 시작한 코딩교육봉사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아이들에게는 쉬운 것만 가르쳐줘도 힘들어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우선 초등학교 4~5학년들이 학교에서 배운 과정에 벗어나는 것을 가르치면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내용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집합이 매우 익숙하겠지만 초등학생들에게도 익숙할까?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했어야 했고 정의가 너무 어려운 단어들은 쉽게 풀어쓰기도 했다.
변수가 무엇인지 설명해야했고, 왜 조건이 참일때 짜장면을 먹는지, 거짓일 때 짬뽕을 먹는지 설명해야 했다.
특히, 짜장면을 싫어하는 학생은 생각치 못한 큰 변수였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어려운 말을 상당히 쉽게 풀어써야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또 그렇지도 않다.
바로 이 포인트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수업에서 사용하는 단어들과 설명하는 과정은 쉬워야하지만, 막상 또 수업의 근본적인 내용은 또 쉬울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한 번 이해하고 나면 잘 따라하기도 했고 아이들마다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의 편차가 커서, 몇몇 아이들은 순식간에 끝내고 다음 강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틀에 박혀있지 않다보니 자신만의 다양한 알고리즘을 제시했고, 나는 그 알고리즘이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크게 지장이 없다면 문제가 없으니 진행해도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순수 본인의 힘으로만 생각해낸 알고리즘이 효율적이진 않을지 몰라도 작동한다는 그 뿌듯함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아닐까 싶어서.
막상 또 이렇게 집중할때는 집중하다가 장난끼가 발동하면 못말리는게 영락없는 초등학생들이라서 나름 재밌었다. 수업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선생님 !!!!!! 이거 보세요 (해맑게 웃으며) !!!!!
였던것 같다. 그만 보여줘
자신이 만드는 프로그램을 웃기게 바꾼다든지, 일부러 버그를 만든다든지 등등 장난의 종류가 다양했다.
근데 특히 기억에 남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강아지와 고양이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대화하는 프로그램(코드가 순차적으로 진행됨을 설명하기 위해)을 작성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대사를 웃긴 걸로 바꿔서 만들고 있었다. 정말 원초적인 웃음코드들..
또 다시 “선생님 이거 좀 보세요” 의 늪 속에서 헤매면서 어떤 아이의 대사를 보았는데 정말 너무 귀여웠다 “안녕! 넌 이름이 뭐야? “난 누구누구야~” “우리 친하게 지내자!” 와 비슷한 대사들이였는데 이런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정말 귀여웠다.
옆에 친구들이 기르는 고양이와 강아지는 “죽어라!” 하면서 둘 중에 하나는 화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매번 수업이 끝나기 전에 복습 차원에서 퀴즈를 진행했는데 정말 1~2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손을 들어서 대답하려고 했다.
저 귀여운 친구들의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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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진 : 시립서울청소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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