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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 허먼 멜빌

모비딕 - 허먼 멜빌

뭍에 사는 사람들이 물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책

줄거리 전반

모비딕은 주인공 이스마엘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진행되며 피쿼드 호의 선장, 에이허브가 거대한 고래 모비딕을 좇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에이허브는 이미 수 년전 모비딕과의 전투를 한 번 치른 적이 있었는데, 이 전투에서 이미 대패하면서 다리 한 쪽을 잃는 불상사를 겪었다.

이런 굴욕감, 분노, 비통함 등이 섞여 에이허브는 다른 어떠한 일 보다 모비딕을 좇는 것에 몰두하게 된다.

주인공 이스마엘과 이스마엘의 친구 퀴퀘그는 에이허브가 이끄는 피쿼드 호에 승선하며 에이허브의 복수와 동시에 향유고래 사냥에 나서게 된다.

등장인물

퀴퀘그

피쿼드 호에는 능력있는 작살꾼, 항해사 등이 타고 있었다. 그 작살꾼들 중에 주인공 이스마엘의 친구, 퀴퀘그는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만난 사람이었다.

원시 부족의 우두머리의 아들이였던 그는 더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자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뛰쳐나와 배에 올랐다.

이스마엘과 동고동락하며 절친이 된 퀴퀘그는 자신의 돈 마저 이등분하여 이스마엘에게 나눠주고, 이스마엘에게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킨다는 약속을 한다.

항해 중간에 열사병을 앓으며 죽기 직전까지 몸이 악화되었으나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기자마자 몸이 회복되는 초인과 같은 회복력을 보여준다.

이스마엘

주인공 이스마엘은 책에서 사실 크게 비중이 높지 않다. 마치 전설을 이야기해주는 이야기꾼 느낌이 강하다.

아마 작가 그 자체가 투영되어 있는 인물인 것 같다.

스타벅

피쿼드 호의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사실 에이허브의 복수를 위해 피쿼드 호에 승선한 것은 아니였다. 그저 향유고래를 사냥하고 기름을 얻는, 지금으로 따지자면 그냥 돈 벌기 위해 출근한 회사원에 가깝다.

다른 선원들이 에이허브의 열정에 동화되어 모비딕을 좇기로 결심할때 조차 스타벅은 차갑도록 냉정했다. 스타벅은 모비딕에게 이미 한 번 패했고 앞으로도 이길 수 없을거라 얘기하며 모비딕을 좇는 것을 포기하라고 에이허브에게 얘기하지만, 에이허브는 항해의 목적 자체가 모비딕이였다. 에이허브는 스타벅의 말을 일관되게 무시하며 모비딕을 향해 나아갔고 스타벅과는 꾸준하게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스타벅은 기본적으로 에이허브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모비딕 사냥에는 반대했지만 에이허브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물론 에이허브에게 쓴소리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에이허브

에이허브는 사실 모비딕의 주인공이다. 모비딕에게 오직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삶을 버텨오다가 결국 피쿼드 호의 선장으로 임명되며 모비딕의 복수를 시작한다.

그는 모비딕을 좇는 일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심지어 항해 중 마주친 다른 배의 도움조차도 모비딕을 좇는 것 때문에 거절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푸른 바다의 따듯함, 고요한 파도에 인생을 되돌아보며 후회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모비딕에 대한 복수를 포기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 대목에서 에이허브 스스로도 모비딕을 잡지 못할 거라는걸 깨닫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착을 보고 말겠다는 의지 하나로 죽음으로 뛰어들어간다.

모비딕 조우 전

모비딕을 조우하기 전까지 일반 향유고래 몇 마리를 잡으며 항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향유고래를 잡는 과정, 잡고 난 후 기름을 추출하는 과정 등이 생각보다 상세하게 적혀있다.

바다 생활에 대해 전무한 나로서는 신기했다. 향유고래를 잡을 때도 있고, 놓칠때도 있었지만 피쿼드 호는 무탈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번개가 치고 폭풍우가 일며 바다가 일렁이기 시작하는데 마치 게임에서 보스를 만나기 전, 분위기가 어두컴컴해지며 곧 끝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리는 순간이 온다.

모비딕 조우

모비딕은 말 그대로 최종보스였다. 다른 향유고래와 꽤나 많은 전투를 치른 피쿼드 호 선원들이었으나 모비딕 몸짓 한 방에 우수수 떨어져나가고 보트는 산산조각이 난다.

에이허브조차 처음에 내비치던 용맹한 모습은 사그라들고 공포에 떠는 순간이 있었을 지경이였다. 마음을 다잡고 모비딕과 전투하지만 모비딕은 전투를 하다가 도망가고, 또 나타나서 고래 잡이용 보트를 부숴버리고 선원들을 물에 내동댕이 치고 다시 도망가는 굉장히 영리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나를 포함한 모든 독자는 모비딕과의 조우가 하이라이트였을거고, 모비딕과의 복수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였을 것이다. 그러나 모비딕은 보자마자 이기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묘사되었다.

결말 (스포!)


모비딕과의 전투에서 피쿼드 호는 결국 대패한다. 주인공 이스마엘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하고,
이스마엘은 친구 퀴퀘그가 열사병을 앓을 때 만들었던 관을 구명보트 삼아 둥둥 떠다니다가
일전에 에이허브가 도움을 무시했던 다른 배에 구조된다.


모비딕만을 좇다가 결국 목표를 성취해내는 그런 결말이 아닌, 생각보다 처참한 결말을 맞게 된다.


후기

이 책은 모비딕과의 조우 전, 후로 나뉘어진다고 생각한다.

모비딕 조우 전에는 마치 내가 직접 항해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바다생활을 자세히 표현한다. 그러면서 결국 끝은 모비딕과의 전투임을 간간히 상기시켜주기 때문에 살짝 살짝 긴장감은 유지 시키면서도 항해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향유 고래도 능숙하게 잡아내는 피쿼드 호를 보면 모비딕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만들고 향유고래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장면을 보면 살면서 그런 장면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도 든다.

모비딕과의 조우 후에는 어떻게 보면 살짝 뒤틀린 욕망에도 가깝다고 볼 수 있는, 목표에 대한 열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스포!)


그렇게 열망하던 복수가 모비딕을 죽음 근처로 몰아넣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끝나버리는데
끝까지 읽고 나서는 과연 이 전투가 모비딕의 하이라이트가 맞았나?
작가가 쓰고자 한 글은 사실 모비딕 조우 전의 이야기에 가깝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비딕은 그저 항해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중간중간 인간을 벗어난 예언도 나오고, 열사병을 그냥 마음 먹기로 이겨내버리는 모습도 나오지만 읽는데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파도가 크게 일렁이는 배 위의 이야기지만 모비딕 조우 전까지는 잔잔하게 읽히는 책이었다.